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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관리자 2020-06-23 조회수 2,268

사람은 안다는 것

 

어느 원로 정신과 선생님의 저서에 대한 평에서 평생 5만명이 넘은 환자들을 임상에서 만나면서 느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신과 의사 3십년이 넘었으니 나는 몇 명이나 만났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분처럼 5만명에는 한참 못 미쳐도 1만명 이상은 넘겠구나 싶다. 개원 후 만들어진 챠트의 숫자를 보면 얼추 계산이 나온다.

정신과 임상에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어려움을 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커지는 것은 맞다

전공의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지식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실제 임상의 경험은 적은 그때와 비교해 보면 그렇다

당시에 외래에서 병동에서 만난 그 분들을 생각하면 이해 부족을 지식의 힘에 기대었던 미숙함이 참 죄송할 뿐이다

그 분들의 도움과 이해가 지금의 조금 나은 의사가 된 힘이 아닐까 싶다.

정신과에서 환자, 개인에 대한 이해는 그 환자와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떤 치료 방침을 세우고 어떤 희망과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지 그 모든 영역에서 참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 개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경험은 무엇일까?

첫째, 위의 원로 의사처럼 많은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는 경험은 중요하다

의학적 상태는 같은 진단이라고 해도 환자 개개인이 처한 상황, 기존의 성격, 가족 등 지지체계의 형태 등에 따라 임상적 양상과 치료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전형적인 증례가 오히려 드물다고 느낄 정도이다.

둘째, 내과의사는 하루 수백 명을 만나고 있으니 하루 20여명 미만의 환자를 만나는 정신과의사와 다른 경험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숫자 이외에 어떻게 만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층적인 정신치료 등 심리상담을 하면서 환자는 만나는 경우, 평생을 해도 많은 수의 환자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매주 또는 주 2회 한 시간씩 한 사람과 계속 만나고 있으면 어떤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깊은 내면의 얘기들을 나누게 되고 반복되는 대화를 통해 처음의 이해가 서서히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숫자나 대화하는 시간의 길이 못지 않은 중요한 세 번째 요인은 두 사람이 만나는 기간이다

한 환자를 10년 또는 2-3십년을 계속 만나는 것. 보통 조현병이나 조울증, 우울증 등 일부 질환은 발병 후 거의 평생 치료를 하게 되니 한 의사를 꾸준히 만나는 경우 수십 년 일정한 간격으로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의 졸업, 군대 생활, 취업과 이직, 결혼과 이혼, 출산, 부모와 사별 등 인생의 단계 단계를 같이 경험하고 다루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젊은 환자가 무사히 대학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할 때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여러 정신병적 증후에서는 여기까지 오게 될 줄 기대했을까

여기까지 올 때까지 중간 중간 보였던 일시적인 증상악화는 다시 입원을 결정해야 할지, 잠시 학업이나 일을 중단해야 할지 매 순간 같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결혼을 시키는 것이 옮은 결정인지 고민하는 부모, 환자와 같이 하는 가족상담에선 내 입만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 나고 싶기도 했다

조현병의 회복률이 몇 %라는 연구 결과나 교과서의 이야기는 실제 이런 순간 순간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긴 세월, 꾸준하게 만나면서 경험한 여러 경우들을 통해 적어도 숫자에 매몰되거나 호들갑스럽게 방어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수련 중인 젊은 정신과의사가 이런 환자들의 긴 여행을 한 정거장에서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그 당시의 병리적 특징에만 몰입해서 성급하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런 시절을 겪었다.

만일 응급실에서 이런 환자와 만나는 젊은 의사라면 이 환자를 오래 만나고 있는 의사의 의견을 그리고 그 의사에 대한 환자의 의견을 다 들어 봐야 한다

과거의 데이터에서 겸손하게 배울 것을 권유하고 싶다.

30여년 임상에서 수 많은 환자들과 상담과 진료를 통해 만나고 있으면서도 늘 새롭고 두렵다

조금 안다고 자만할 때 어려움을 만나고 후회하고 자책하게 된다.

10분이든 50분이든 진료실에서 한 사람 환자와 만날 때 그 사람과 1년 아니 10년 이어지는 만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만나게 된다

챠트와 모니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인의 눈과 표정을 마주하고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과정이 충분하진 않아도 적어도 사람을 알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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